2024년 7월, 무더운 여름날의 언어들
하나.
할머니가 기르시는 사과나무에 푸릇푸릇한 사과들이 열렸다. 처음에는 대추만하더니, 이제는 제법 아기들 주먹만큼 커졌다.
나무에서 열매 따기를 좋아하는 사랑이와 소망이는 언제쯤 사과를 따먹을 수 있을지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그럴만하기도 한 것이, 사과나무가 일층인 할머니 집 거실에서도 보이고, 어린이집을 오가면서도 보이는데 손은 닿지 않으니
시선이 갈 때마다 맛보고 싶고 따고 싶기도 한 것이다.

그러다 결국 아직은 연두색인 사과를 따서 맛보았다. 처음엔 떫더니, 볕을 좀 받은 사과들은 벌써 달콤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사과가 익을때까지 기다려보자며 말씀하셨다.
“소망아, 사과는 빨갛게 익어야 맛있는거야. 더 익고 나서 따먹어야지.”
그러자 소망이가 한 말.
“할아버지, 이건 청사과라서 초록색이에요. 할아버지가 착각하신거 아니에요?”

벌써부터 청사과와 일반 사과를 구별하고, 할아버지가 ‘착각’한 것 아니냐는 (어렵게 말하자면 할아버지의 인지적 오류를 지적하는) 소망이의 말에 온가족이 빵터졌다.

둘.
소망이가 더운 여름 저녁, 빤히 나를 보다 말한다.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정말? 왜 눈물이 날 것 같아?”
“엄마가 너무 예뻐서요”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일도, 집안일도, 육아도 다 완벽하지 못한 것만 같아 아등바등 사는 나에게,
그리고 어느덧 거울에 비친 스스로에게서 세월의 흔적이 보일 때 속상하기도 한 나에게,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을 하는 아이가 참 고마웠다.

셋.
여름성경학교를 다녀온 사랑이와 소망이는 찬양과 말씀이 꽤 인상적이었나보다.
집이나 차에서 늘 만화 주제곡을 틀어달라고 하는 아이들인데, 여름성경학교 전후에는 새로 배운 찬양을 틀어달라고도 한다.
그러더니 사랑이는 자기 전,
“엄마가 하나님한테 모기가 물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줬으면 좋겠어”라고도 하고,
수족구에 걸려 열이 많이 난 어느날 밤에는
“엄마, 내일 아침에는 목에 난 구멍들이 다 사라지라고 하나님한테 기도해주세요”라고도 한다.

조금씩, 아이들이 세계를 보는 관점에 하나님이 자리잡는 것 같아 기쁘다.



'일상 >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5월, 사랑의 언어들  (0) 2024.08.07
2024년 6월, 사랑의 언어들  (0) 2024.08.07
2024년 7월, 51개월 둥이의 언어  (0) 2024.07.08
Baby words  (0) 2024.04.21
2023년 11월 1일 사랑이의 한 뼘 큰 투정  (1) 2023.11.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