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에서 준 계란과자를 받은 둥이들. 
그 안에는 깨진 것도, 동그랗게 깨지지 않은 것도 있었나보다. 

예쁘고 둥그런 계란과자를 주며 소망이가 말했다. 
"엄마는 나를 항상 보살펴주니까 안깨진 걸로 줄게요~" 

 

#2
주말주택에서 잘 준비를 마치고, 
그만 서울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잠옷을 잘못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물개모양의 내의세트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소망이가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긴팔 2개에 바지1개를 가져왔고, 
한 아이는 바지를 다른 걸로 입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사랑이가 물개모양 바지를 입고 있었고,
소망이는 물개 긴팔에 다른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불편하다며 벗어버렸다. 

"물개바지~~"를 외치며 찡찡거리는 소망이를 보며,
사랑이는 "나는 물개바지 빌리고(빌려주고) 싶다"라고 몇번 말했지만

늘 대부분의 상황에서 소망이에게 양보하는 사랑이기에 
굳이 사랑이가 입고 있는 바지를 벗겨서 소망이에게 주지는 않았다. 

에어컨을 켜기 떄문에 긴바지를 입어야하는데, 
어디 또 긴바지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겨울에 가져다둔 극세사 바지가 생각났다. 
한여름에 극세사 바지라,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기 힘들것 같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누가 이 핑크 곰돌이 바지 입을까~?" 하며 가지고 들어섰다. 
그랬더니 사랑이가 입고있던 물개 바지를 벗어서 소망이를 주며 말했다. 
"나요! 나요!" 

늘 양보하는 사랑이를 생각해서 소망이에게 바지를 양보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 맘을 알았는지, 
혹은 소망이가 미안해할 것을 생각해서 그랬는지, 
극세사 바지를 입고 싶다며 팔짝팔짝 뛰었다. 

"에고, 우리 사랑이가 물개바지를 양보하려고 그러는구나"
"아닌데 난 원래 이 핑크곰돌이 바지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그런건데!"

사랑이의 마음이 읽혀지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양보받는 사람의 마음,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생각해서 
한여름에 극세사바지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런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랑이를 보니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나에게는 그런 만큼의  양보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손해 보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상대방을 향한 배려를 넘어설 때가 많고,
사회에서는 나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에게 당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한다. 
나의 유익에 대한 생각과 계산이,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헤아림보다 더 클 때가 많다. 

그런 내게 아이들의 착한 마음은 참 많은 울림과 가르침을 준다. 
오늘 하루는 내가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더 양보하고, 배려하는 순간들로 채워지길. 

 

 


2024년 8월 22일 주일 아침.
예배당으로 내려가는 길,
양손에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비탈진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큰 아이가 말했다.

- 엄마는 마음에 병이 들었어요.
- 엄마가? 무슨 병인데?
- 그건 매일매일 회사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병이에요.

엄마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일하는 거라고,
모든 어른들은 다 일을 한다고,
여러 설득적이지 않은 말들로 아이에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아프다.

52개월인데 아직도 아이들은 엄마가 아침에 회사로 떠나는 것이 슬픈가보다.
그날 밤에, 사랑이는 아침에 엄마가 인사도 하지 않고 회사로 떠날 것을 걱정했다.

- 내일은 월요일인 것 알지? 엄마아빠는 너희들이 일어나기 전에 회사에 갈거니까 울지 말고 씩씩하게 어린이집 다녀와야해.
-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야지요.
- 그런데 엄마는 너무 일찍 나가니까, 너희가 8시까지 푹 잤으면 좋겠어.
- 그래도 인사하고 싶은데, 인사하고 가요.
- 그럼 지금 인사하자. 사랑아 엄마 내일 회사 잘 다녀올게. 알았지?
- 네 알았어요.

늘 옳은 결정이라 생각하면서도, 일을 하는 엄마는 매일 마음이 아프다.


2023년 10월, 우리 가족은 2년간 살던 새단지 아파트에서 구축 아파트로 이사왔다.
구축 아파트는 새단지 아파트와 달리 어린이집도 멀고, 킥보드를 마음껏 탈 수 있는 넓은 공간도,
뛰어놀 수 있는 잔디나 바닥분수도, 커뮤니티시설도 없다.
아이들이 어떤 감식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지 모르지만, 세살, 네살을 지낸 새 아파트가 더 좋다고
이사오자마자 여러번 이야기했다.

구축 아파트는 낡고 오래되어, 녹물도 나오고 이곳 저곳 손봐야 할 곳이 많다.
그렇지만 1층에 오래된 내 친정이 있어, 아이들을 맡기기에는 최적의 공간이다.
어젯밤, 소망이가 문득 말했다.

- 엄마, 우리 어린이집 옆에 있는 103동에 언제 살아요?
- 응, 거기 살고 싶어? 그럼 다음에 이사할 때 다시 그 아파트로 이사가면 되지. 소망이가 살고 싶은 곳으로 이사가자.
- 아니요. 저는 지금 집이 좋아요. 지금 집에서 살래요.
- 그래? 왜 지금 집이 좋아?
- 비둘기가 줄 서있는 것도 볼 수 있구, 사과나무도 볼 수 있구, 상추도 볼 수 있잖아요.
- 맞아. 할머니 할아버지댁도 가깝고. 그치?

낮에 경비실 지붕 위에 비둘이 대여섯 마리가 신기하게 줄지어 쉬고 있는 걸 봤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나보다.
그리고 1층 화단에 엄마가 키우시는 상추나 오이, 대추나무,
아이들이 태어난 기념으로 심은 사과나무의 푸릇푸릇한 열매들이
낡고 보잘것 없는 구축 아파트에 정을 들게 했나보다.

아이들이 발견하는 이 작고 사소한 기쁨을 나도 배워서,
이 아파트를 더 사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길.



#1
2023년 4월의 어느날.
둥이 36개월, 만 3세가 되었다. 한국 나이로는 네 살.

엄마가 미국으로 학회를 떠난 주,
할아버지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가던 소망이가 가만히 서서 하늘을 보더니 말했다.
”저기 구름 뒤에 엄마가 있을까? 새처럼 엄마한테 날아가고 싶다.”

할아버지는 이상하게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2
2023년의 어느 날.
돼지저금통에서 빠져나온 동전 하나를 들고 기쁘게 엄마에게 뛰어와서 하는 말.
“엄마!! 나 여기 돈 있어요! 이제 엄마 회사 안가도 돼요!!”

기저귀를 떼는 중인 사랑이는 아직 밤엔 쉬 실수를 해서 기저귀를 하고 잔다.
기저귀를 떼느라 이제 더이상 기저귀가 없다고, 남은 기저귀가 한 팩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랑이가 말했다.
“그럼 기저귀를 사면 되죠”
“기저귀가 얼마나 비싼데. 이제 기저귀를 살수가 없어.”
“그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죠~.”
“인터넷으로 사려면 돈을 내야해. 그런데 돈이 이제 없거든.”
“그럼 엄마가 회사가서 돈 벌어오면 되죠.”
“엄마가 돈을 벌어와도 기저귀가 너무 비싸서 사기가 어려워.”

그러다 아침에 확인했을 때 기저귀가 안젖어있으면 내가 “우리 사랑이 500원 벌었네~!!”라고 말하곤 했다.

어느날 아침, 사랑이가 자기 기저귀가 젖어있지 않는 걸 보더니 달려와서 기쁘게 말했다.
“엄마! 나 돈 벌었어요~! 500원 벌었으니까 엄마 회사 안가도 돼요!!”




#1

2024년 1월. 45개월이 된 둥이들

오늘 소망이가 "마음이 뭐에요?" 라고 물어봤다.
아빠가 “마음은 가슴에 있는 생각이야” 라고 알려주고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어때?” 했더니
“아빠를 마음에 생각하면 최고에요” 라고 이야기했다.

사랑이에게도 물어봤더니
“아빠를 생각하면 사과나무에 열린 하트 같아요”  
“엄마는?”
“엄마는 체리나무 사이에서 빼꼼~하는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구나!
엄마아빠를 떠올리면 우리 소망이 사랑이 마음에는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

#2
2024년 3월의 어느날. 둥이 47개월.
자기 전 양치를 시키는 아빠가 둥이들에게 어서 오라고 화장실에서 열심히 둥이 이름을 불러제낀다.
소망이는 언제나 먼저 와서 이를 닦겠다고 하는 편이고, 사랑이는 끝까지 버티다가 엄마아빠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편이다.

아빠가 사랑이를 부르다 부르다 못해 데려와 앉히고 치카를 하려고 하는 찰나. 사랑이가 화가 났다.
”아빠 왜 그러는 거예요!!”
”아빠가 사랑이를 사랑해서 그러지. 충치 생길까봐.“
그러자 사랑이가 소리를 질렀다.
”사랑하면 기다려줘야죠!! 사랑한다면 기다려주는거라구요!!“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치카하는 걸 미루는 자신을 기다려달라는 사랑이의 외침에 아빠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맞아 love is patient.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진리를 너는 어찌 벌써 아니?




#1
2024년 2월. 둥이들 46개월인 어느 일요일 밤.
“내일 월요일인 거 알지? 둥이가 일어나도 엄마가 없을 수가 있어. 엄마 없어도 울면 안돼-”

둥이들이 쉴새 없이 질문한다.
“그럼 내가 깨면 엄마 있어요?”
“아니 엄마는 회사에 일찍 가는 날이라서 없지.”
“그럼 내가 엄마를 꼭 안고 자면요?
엄마 손을 꼭 븉들고 자면요?
엄마 배 위에 꼭 달라붙어있으면요?
밤새도록 엄마 다리를 붙잡고 잠이 들면요?
그럼
엄마 회사 못가요?
엄마 나 회사에 데리고 가요?“

엄마 복직 삼년 차. 아직도 엄마아빠랑 있는게 좋을 나이인가보다.
그런 마음인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조용히 안방 문을 열고 나와 출근 준비를 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새벽마다 벌떡 일어나 앉아서
옆에 엄마가 있는지를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다시 잠이 드는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는 늘 미안하다.

5시에는 있던 엄마, 6시에는 있던 엄마가,
7시에 일어나서 찾았을 때 없으니 실망하고 우는 아이들.

복직 첫 해에는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cctv를 보며
엄마가 없다고 30분이고 40분이고 우는 아이들의 모습에 참 많이도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 할까?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 그리고 대학생, 대학원생일때 그토록 찾던 소명과 부르심에 대한 답을 얻은 듯 하다가도
하루에도 여러번, 일이 나와 우리 가정에, 우리 아이들에 어떤 의미인지 되묻게 된다.






사랑의 언어
#1
2024년 5월 15일 저녁
침대 위에 서서 폴짝폴짝하는 사랑이가 침대 앞에 서 있는 엄마를 보고 활짝 웃으며 하는 말.

엄마!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내가 엄마를 사랑하니까요!
엄마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요!

그러곤 한바퀴 핑그르르 돌고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나는 그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아이의 말은 내 존재에 위안을 준다.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그 자리에 있는 것.

나도 너에게 그렇게 대하길.
미래의 너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정말 그저 사랑하기에,
그대로 있으라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런 엄마로 남아있길.
너의 이 큰 사랑에, 같은 마음으로 응답하길.


#2
2024년 5월 16일
동네 작은 놀이터에 저녁식사를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갔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저녁식사를 했고, 마침 놀이터에 가는 아이들을 집 현관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돌아온 복장 그대로였다.

한참 놀던 사랑이가 말했다.

엄마, 지구가 아프대요. 엄마도 알고 있어요?
- 그럼 엄마도 알지.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마구 버려서 지구가 많이 아프대요. 그러니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돼요 알았죠?
- 응 그래 그럴게.
엄마가 회사에 가서 회사 친구들에게도 모두모두 말해줘야해요. 지구가 아프다고.
- 그래 그럴게.

그러곤 지구가 왜 아픈지에 대해 자꾸자꾸 물었다.
사랑이는 지구가 정말 걱정이 되는 것 같다.
나도 아주 작은 꼬마였을땐, 지구를 걱정했던 것도 같은데. 그 순수한 마음은 어디로갔을까.

그러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사랑: “엄마 사랑해요! 정말정말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어머~ 너무 고마워 사랑아. 엄마도 사랑이 사랑해!“

소망: “엄마 예쁘다. 엄마 정말 예쁘다!”
“어머~ 고마워  소망아! 우리 소망이가 더 예뻐.”
사랑: “엄마 정말 예쁘다!! 수박만큼, 참외만큼 예뻐요!!”

나이가 들수록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포기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나를 예쁘게 생각해준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3
2024년 4월 29-5월6일까지 스리랑카 출장
돌아와서 나를 보고 소망이가 한 말
“엄마가 없는 동안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엄마가 아프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어요. 보고 싶었어요.”

꽃을 꺾어와서 하는 말
“엄마는 꽃을 좋아하니까 꽃을 보고 엄마 생각이 나서 가져왔어요. 엄마 마음이 감동적이에요?”

한마디 한마디가 참 사랑의 말들이다.
나도 너에게 사랑의 말들만 내어주길.


#4
2024년 5월 11일
양평집에서 밥을 조금 하려다가 물을 잘못 잡아서 그만 죽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가들은 죽을 싫어한다.

“어쩌지? 밥이 죽이 되어버렸어 ㅠㅠ 어떡해~~”
최대한 물기가 적은 부분를 덜어 아이들 식판에 덜어주었다. 소망이는 처음엔
“내가 싫어하는 죽이네~ ”

그러다가
“엄마 괜찮아요. 처음 먹어보는 맛이니까 맛있을거예요.”
라며 위로를 해준다.

그러곤 한입 크게 먹고
“음~ 맛있네~~ 맛있어요 엄마! ” 라며 날 격려한다.

밥이 맛없어져서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위로할만큼 컸구나 우리 아가.





#1
금메달
어린이집에서 가족운동회를 했다. 우리 아기들이 경험한 첫 운동회이자, 나와 남편도 부모로서 참석한 첫 운동회다.
운동회를 마치고, 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에게 금메달처럼 생긴 초콜렛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소망 - “드디어 금메달을 받았네”
사랑 - “이거 내가 항상 받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이 나는 안줬어요. 이제 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학기 초, 어린이집에 출강하는 외부 영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말을 잘 들은 학생들에게만 한 달에 한 번, 금메달 초콜렛을 걸어주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초콜렛을 먹이지 않기에 그 금메달을 너무나 갖고 싶어 했고, 집에 와서도 내내 자신은 받지 못했다며 속상해했었다.
행동조절이 잘 되고, 훈육이 잘 되는 아이들을 위한 보상기제로서의 금메달 초콜렛은 그 모양도, 맛도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금기’의 초콜렛을 선물로 받는다니. 나는 어린이집에 초콜렛을 상으로 주는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한 반에서 말 잘들은 한 두 명을 선발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갖도록 하여 아이들을 ‘앉아있게’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러나 외부 강사의 행동인데다, ”아이들도 보상을 배워가야죠“라고 하신 선생님 말씀을 듣고는 관점이 너무 다른 것 같아 더이상 어린이집에 가타부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사가 아이들과 약속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 점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3세 아이들이 어떤 약속을 했을까? 강사의 말에 동의한 것이겠지)

그런 아이들이 드디어 초콜렛 금메달을 받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반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아이들은 금메달을 기다리다 ”드디어“ 받게 되었다면 기뻐하는 순간이 조금은 씁쓸했다.


#2
2024년 6월의 첫주말
사랑이가 화장하는 엄마를 보며,
- 엄마 너무 예뻐요. 엄마 공주님 같아요. 이제부터 엄마는 하트하트뿅뿅이라고 불러야겠다!

오래오래, 너의 눈에 엄마가 공주님이었으면 좋겠다.

 

#3
6월 6일 
둥이들은 어렸을적부터 나름의 캐릭터를 찾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애착인형으로 유명한 토끼 인형을 침대에 두었지만, 결국 사랑이는 곰돌이 인형을, 소망이는 구름 쿠션을 선택했다. 잘 때마다 옆에 두고 자는 이 두 캐릭터는 이제 수면시간에 없어서는 안될 애착인형들이 되었다. 

요새는 자기 전에 잠자리를 정돈하는데, 이걸 나름의 "집 짓기"로 명명한다. 
곰돌이 나라, 구름이 나라를 만들어 그 안에서 잔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 네 마리의 곰돌이를 저마다의 자리에 배치하고, 
구름이 또한 벽에 가지런히 세워두는데, 부모라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나라'를 침범하는 적군이 되고만다. 그만큼, 곰돌이와 구름이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어느날 밤, 자기 전에 기도를 하는데 소망이가 사랑이를 위해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사랑이가 죽으면 사랑이 곰돌이도 하늘나라에 같이 가게 해주세요. 예수님이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그러자 사랑이도 
"하나님 아기곰돌이도 죽으면 하늘나라에 같이 가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라며 따라서 기도한다. 

이제 조금씩 죽음과 삶,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는 아이들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가족들과도, 친구들과도 이별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더니 곰돌이 인형과 떨어질 것이 걱정되었나보다. 

소망이는 구름이에 대한 애착이 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애착보다 사랑이의 곰돌이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보였나보다. 

매일 밤, 분유병에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곰돌이를 안고 마셔야 하는 사랑이. 
그리고 그 사랑이의 애착 곰돌이가 천국에서도 사랑이 품에 있기를 함께 기도해주는 소망이의 마음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4
6월 12일
소망이가 잠들기 전, 제주도로 출장을 간다는 엄마에게 랫서팬더를 엄마 가슴 위에 올려두며
- 이건 엄마 선물이에요. 엄마 생일선물이에요. 랫서팬더 들고 제주도에 가요. 그럼 내 생각이 날거에요. 하나님이 엄마 마음속에서 내 생각이 나타나게 해줄거예요.

가끔 아이들이 출근하는 나에게 작은 선물들을 준다.
인형이기도 하고, 엄마를 그린 그림이기도 하고, 작은 공룡 장난감이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참 고맙다. 가서도 자신을 생각하라는 마음이, 참 일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조금 떨어져있지만, 엄마는 금방 너에게 달려갈게.


#5
6월14일
잠들기전 사랑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하나님에 대해 잘 알아요?
ㅡ그럼
그럼 하나님에 대해 말해주세요.
하니님읔 우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시지.
그리고요?
이 세상을 만드셨지
그리고요?

그러더니 자신도 한마디씩 거든다.
하나님은 우리를 제일 사랑해요
내가 하나님은 동물도 만드셨지 - 라고 하면
하나님은 우리를 지켜주고 계세요. 하는 식이다.
내말을 그대로 복사하기도 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그렇게 부모의 신앙과 세계관이 아이들에게로 닮아가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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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무더운 여름날의 언어들
하나.
할머니가 기르시는 사과나무에 푸릇푸릇한 사과들이 열렸다. 처음에는 대추만하더니, 이제는 제법 아기들 주먹만큼 커졌다.
나무에서 열매 따기를 좋아하는 사랑이와 소망이는 언제쯤 사과를 따먹을 수 있을지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그럴만하기도 한 것이, 사과나무가 일층인 할머니 집 거실에서도 보이고, 어린이집을 오가면서도 보이는데 손은 닿지 않으니
시선이 갈 때마다 맛보고 싶고 따고 싶기도 한 것이다.

그러다 결국 아직은 연두색인 사과를 따서 맛보았다. 처음엔 떫더니, 볕을 좀 받은 사과들은 벌써 달콤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사과가 익을때까지 기다려보자며 말씀하셨다.
“소망아, 사과는 빨갛게 익어야 맛있는거야. 더 익고 나서 따먹어야지.”
그러자 소망이가 한 말.
“할아버지, 이건 청사과라서 초록색이에요. 할아버지가 착각하신거 아니에요?”

벌써부터 청사과와 일반 사과를 구별하고, 할아버지가 ‘착각’한 것 아니냐는 (어렵게 말하자면 할아버지의 인지적 오류를 지적하는) 소망이의 말에 온가족이 빵터졌다.

둘.
소망이가 더운 여름 저녁, 빤히 나를 보다 말한다.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정말? 왜 눈물이 날 것 같아?”
“엄마가 너무 예뻐서요”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일도, 집안일도, 육아도 다 완벽하지 못한 것만 같아 아등바등 사는 나에게,
그리고 어느덧 거울에 비친 스스로에게서 세월의 흔적이 보일 때 속상하기도 한 나에게,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을 하는 아이가 참 고마웠다.

셋.
여름성경학교를 다녀온 사랑이와 소망이는 찬양과 말씀이 꽤 인상적이었나보다.
집이나 차에서 늘 만화 주제곡을 틀어달라고 하는 아이들인데, 여름성경학교 전후에는 새로 배운 찬양을 틀어달라고도 한다.
그러더니 사랑이는 자기 전,
“엄마가 하나님한테 모기가 물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줬으면 좋겠어”라고도 하고,
수족구에 걸려 열이 많이 난 어느날 밤에는
“엄마, 내일 아침에는 목에 난 구멍들이 다 사라지라고 하나님한테 기도해주세요”라고도 한다.

조금씩, 아이들이 세계를 보는 관점에 하나님이 자리잡는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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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일 사랑이의 한 뼘 큰 투정  (1) 2023.11.01

둥이, 태어난 지 1562일, 51개월 하고도 8일, 만 네살, 그리고 다섯 살.

2024년 7월 4일, 목요일
간만에 일찍 저녁을 먹은 아이들과 손을 잡고, 남편과 놀이터로 가는 길.
우리 아이들은 그 어떤 놀이동산보다도 놀이터를 더 좋아한다.
신이 난 소망이가 말했다.
- 엄마 참외는 길게 줄이 나 있어요. 하얀 줄이 있어요. 얼룩말 같아요!

우리는 모두 창의적인 소망이의 말에 한바탕 웃었다.
아빠가 물었다. “그럼 수박은 어떤것 같아? 수박에는 검은 줄이 나 있잖아. 수박도 얼룩말 같지?”
그런데 소망이의 말은 더 참신했다.
- 아니요. 음.. 까만 줄이 그려져 있어서 까만 양 같아요. 까만 양이 음메~하는 것 같아요.

수박을 보고 까만 양을 떠올린 소망이의 생각이 참 신기하다.

다음 날, 아이들을 데리고 치과에 가는 차 안.
평일인 금요일 오전에 어린이집을 땡땡이치고 엄마와 치과에 가는 길이 즐거웠나보다.
아이들에게 치과는 무서운 곳인데, 그래도 매일 일하느라 바쁜 엄마가 평일에 데리고 나와주니
기분이 좋았나보다. 소망이의 상상력이 또 힘을 발한다.

- 엄마, 저기 하늘에 구름 좀 보세요. 뭉게뭉게 솜사탕 같아요.

소망이의 상상력은, 기분이 좋을때 더 잘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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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를 낳아준 게 너무 고마워서
결혼 기념으로 준비한 꽃이에요.

엄마는 내 선물!
아빠는 내 선물!

앞뒤는 맞지 않지만
너무 예쁜 말로 바쁜 아침에 마음에 뿔이 난
엄마 마음을 환한 미소로 바꿔준
소망 사랑이의 말


교회에 늦었는데 차에 빨리 타지 않아
조바심이 난 아빠에게
꾸물거리며 나타난 아이들의 손에는
빨간 꽃, 노란 꽃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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