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에서 준 계란과자를 받은 둥이들.
그 안에는 깨진 것도, 동그랗게 깨지지 않은 것도 있었나보다.
예쁘고 둥그런 계란과자를 주며 소망이가 말했다.
"엄마는 나를 항상 보살펴주니까 안깨진 걸로 줄게요~"
#2
주말주택에서 잘 준비를 마치고,
그만 서울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잠옷을 잘못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물개모양의 내의세트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소망이가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긴팔 2개에 바지1개를 가져왔고,
한 아이는 바지를 다른 걸로 입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사랑이가 물개모양 바지를 입고 있었고,
소망이는 물개 긴팔에 다른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불편하다며 벗어버렸다.
"물개바지~~"를 외치며 찡찡거리는 소망이를 보며,
사랑이는 "나는 물개바지 빌리고(빌려주고) 싶다"라고 몇번 말했지만
늘 대부분의 상황에서 소망이에게 양보하는 사랑이기에
굳이 사랑이가 입고 있는 바지를 벗겨서 소망이에게 주지는 않았다.
에어컨을 켜기 떄문에 긴바지를 입어야하는데,
어디 또 긴바지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겨울에 가져다둔 극세사 바지가 생각났다.
한여름에 극세사 바지라,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기 힘들것 같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누가 이 핑크 곰돌이 바지 입을까~?" 하며 가지고 들어섰다.
그랬더니 사랑이가 입고있던 물개 바지를 벗어서 소망이를 주며 말했다.
"나요! 나요!"
늘 양보하는 사랑이를 생각해서 소망이에게 바지를 양보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 맘을 알았는지,
혹은 소망이가 미안해할 것을 생각해서 그랬는지,
극세사 바지를 입고 싶다며 팔짝팔짝 뛰었다.
"에고, 우리 사랑이가 물개바지를 양보하려고 그러는구나"
"아닌데 난 원래 이 핑크곰돌이 바지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그런건데!"
사랑이의 마음이 읽혀지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양보받는 사람의 마음,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생각해서
한여름에 극세사바지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런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랑이를 보니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나에게는 그런 만큼의 양보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손해 보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상대방을 향한 배려를 넘어설 때가 많고,
사회에서는 나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에게 당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한다.
나의 유익에 대한 생각과 계산이,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헤아림보다 더 클 때가 많다.
그런 내게 아이들의 착한 마음은 참 많은 울림과 가르침을 준다.
오늘 하루는 내가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더 양보하고, 배려하는 순간들로 채워지길.
'일상 >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둥이- 사랑의 언어 (0) | 2024.08.26 |
---|---|
2023년, 네 살 둥이의 언어 (0) | 2024.08.07 |
2024년 1월, 그리고 3월, 사랑의 언어 (0) | 2024.08.07 |
2024년 2월 그리고 3월, 사랑의 언어들 (0) | 2024.08.07 |
2024년 5월, 사랑의 언어들 (0) | 2024.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