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메달
어린이집에서 가족운동회를 했다. 우리 아기들이 경험한 첫 운동회이자, 나와 남편도 부모로서 참석한 첫 운동회다.
운동회를 마치고, 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에게 금메달처럼 생긴 초콜렛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소망 - “드디어 금메달을 받았네”
사랑 - “이거 내가 항상 받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이 나는 안줬어요. 이제 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학기 초, 어린이집에 출강하는 외부 영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말을 잘 들은 학생들에게만 한 달에 한 번, 금메달 초콜렛을 걸어주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초콜렛을 먹이지 않기에 그 금메달을 너무나 갖고 싶어 했고, 집에 와서도 내내 자신은 받지 못했다며 속상해했었다.
행동조절이 잘 되고, 훈육이 잘 되는 아이들을 위한 보상기제로서의 금메달 초콜렛은 그 모양도, 맛도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금기’의 초콜렛을 선물로 받는다니. 나는 어린이집에 초콜렛을 상으로 주는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한 반에서 말 잘들은 한 두 명을 선발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갖도록 하여 아이들을 ‘앉아있게’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러나 외부 강사의 행동인데다, ”아이들도 보상을 배워가야죠“라고 하신 선생님 말씀을 듣고는 관점이 너무 다른 것 같아 더이상 어린이집에 가타부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사가 아이들과 약속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 점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3세 아이들이 어떤 약속을 했을까? 강사의 말에 동의한 것이겠지)
그런 아이들이 드디어 초콜렛 금메달을 받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반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아이들은 금메달을 기다리다 ”드디어“ 받게 되었다면 기뻐하는 순간이 조금은 씁쓸했다.
#2
2024년 6월의 첫주말
사랑이가 화장하는 엄마를 보며,
- 엄마 너무 예뻐요. 엄마 공주님 같아요. 이제부터 엄마는 하트하트뿅뿅이라고 불러야겠다!
오래오래, 너의 눈에 엄마가 공주님이었으면 좋겠다.
#3
6월 6일
둥이들은 어렸을적부터 나름의 캐릭터를 찾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애착인형으로 유명한 토끼 인형을 침대에 두었지만, 결국 사랑이는 곰돌이 인형을, 소망이는 구름 쿠션을 선택했다. 잘 때마다 옆에 두고 자는 이 두 캐릭터는 이제 수면시간에 없어서는 안될 애착인형들이 되었다.
요새는 자기 전에 잠자리를 정돈하는데, 이걸 나름의 "집 짓기"로 명명한다.
곰돌이 나라, 구름이 나라를 만들어 그 안에서 잔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 네 마리의 곰돌이를 저마다의 자리에 배치하고,
구름이 또한 벽에 가지런히 세워두는데, 부모라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나라'를 침범하는 적군이 되고만다. 그만큼, 곰돌이와 구름이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어느날 밤, 자기 전에 기도를 하는데 소망이가 사랑이를 위해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사랑이가 죽으면 사랑이 곰돌이도 하늘나라에 같이 가게 해주세요. 예수님이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그러자 사랑이도
"하나님 아기곰돌이도 죽으면 하늘나라에 같이 가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라며 따라서 기도한다.
이제 조금씩 죽음과 삶,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는 아이들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가족들과도, 친구들과도 이별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더니 곰돌이 인형과 떨어질 것이 걱정되었나보다.
소망이는 구름이에 대한 애착이 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애착보다 사랑이의 곰돌이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보였나보다.
매일 밤, 분유병에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곰돌이를 안고 마셔야 하는 사랑이.
그리고 그 사랑이의 애착 곰돌이가 천국에서도 사랑이 품에 있기를 함께 기도해주는 소망이의 마음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4
6월 12일
소망이가 잠들기 전, 제주도로 출장을 간다는 엄마에게 랫서팬더를 엄마 가슴 위에 올려두며
- 이건 엄마 선물이에요. 엄마 생일선물이에요. 랫서팬더 들고 제주도에 가요. 그럼 내 생각이 날거에요. 하나님이 엄마 마음속에서 내 생각이 나타나게 해줄거예요.
가끔 아이들이 출근하는 나에게 작은 선물들을 준다.
인형이기도 하고, 엄마를 그린 그림이기도 하고, 작은 공룡 장난감이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참 고맙다. 가서도 자신을 생각하라는 마음이, 참 일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조금 떨어져있지만, 엄마는 금방 너에게 달려갈게.
#5
6월14일
잠들기전 사랑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하나님에 대해 잘 알아요?
ㅡ그럼
그럼 하나님에 대해 말해주세요.
하니님읔 우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시지.
그리고요?
이 세상을 만드셨지
그리고요?
…
그러더니 자신도 한마디씩 거든다.
하나님은 우리를 제일 사랑해요
내가 하나님은 동물도 만드셨지 - 라고 하면
하나님은 우리를 지켜주고 계세요. 하는 식이다.
내말을 그대로 복사하기도 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그렇게 부모의 신앙과 세계관이 아이들에게로 닮아가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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