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4년 2월. 둥이들 46개월인 어느 일요일 밤.
“내일 월요일인 거 알지? 둥이가 일어나도 엄마가 없을 수가 있어. 엄마 없어도 울면 안돼-”

둥이들이 쉴새 없이 질문한다.
“그럼 내가 깨면 엄마 있어요?”
“아니 엄마는 회사에 일찍 가는 날이라서 없지.”
“그럼 내가 엄마를 꼭 안고 자면요?
엄마 손을 꼭 븉들고 자면요?
엄마 배 위에 꼭 달라붙어있으면요?
밤새도록 엄마 다리를 붙잡고 잠이 들면요?
그럼
엄마 회사 못가요?
엄마 나 회사에 데리고 가요?“

엄마 복직 삼년 차. 아직도 엄마아빠랑 있는게 좋을 나이인가보다.
그런 마음인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조용히 안방 문을 열고 나와 출근 준비를 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새벽마다 벌떡 일어나 앉아서
옆에 엄마가 있는지를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다시 잠이 드는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는 늘 미안하다.

5시에는 있던 엄마, 6시에는 있던 엄마가,
7시에 일어나서 찾았을 때 없으니 실망하고 우는 아이들.

복직 첫 해에는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cctv를 보며
엄마가 없다고 30분이고 40분이고 우는 아이들의 모습에 참 많이도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 할까?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 그리고 대학생, 대학원생일때 그토록 찾던 소명과 부르심에 대한 답을 얻은 듯 하다가도
하루에도 여러번, 일이 나와 우리 가정에, 우리 아이들에 어떤 의미인지 되묻게 된다.






사랑의 언어

2024년 4월 8일. 둥이 48개월.
#1
소망이가 잠자리에 누워 나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엄마 오늘 나는 어린이집에서 밥먹을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아무도 안들리게 말했어요.
그리고 낮잠 시간에 엄마가 나오는 꿈도 꿨어요. 엄마랑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는 꿈을 꿨는데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놀이할 때 엄마가 언제오나.. 빨리 나를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고 친구들이 들리지 않는 소리로 작게 말했어요.“

작게 한마디 한마디 하는데, 워킹맘은 마음 한켠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늘 할머니가 데리러가는 아가들은, 엄마가 데리러왔으면 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지만
가끔은 자기 전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엄마 회사에서 내가 어린이집에 있을때 나한테 전화 많이 했어요?“
”아니, 엄마는 전화는 안했지.“
”왜요?“
”응 엄마는 전화를 하지 않아도 회사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오니까.“
”엄마 나는 마음 속에서 하트를 많이 많이 만들어서 엄청 크게 만들어서 엄마한테 보냈는데요.“
요새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많이 보고싶었나보다. 우리 작고 예쁜 아가가.


#2
주말에 시어머님과 공원에서 누가 꺾어다 버린 보랏빛 꽃을 발견하고,
“엄마는 꽃을 좋아하니까 엄마를 갖다 주어야겠어요” 라며 들고 왔다.

작은 꽃다발이 시들어, 국그릇에 물을 담아 넣어두었더니 몇개는 살아났다.
내가 “소망아 이것봐 꽃이 살아났어. 보라색 꽃이 너무 예쁘다.”고 했더니 소망이가 말했다.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아준게 너무 감동스러워서 내가 엄마를 위해 준비한 꽃이에요.”
어느새 커서, 이런 감동을 준다.  이 작은 아기가.

#3
2024년 4월 6일 금요일. 둥이 48개월.
할머니가 놀이터에서 둥이들과 놀다가 선거유세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사랑이에게 협박(?)을 하셨다.
”저거 봐. 할머니 말 안듣고 친구 때리고 그러면 잡아간다고 방송하잖아.“
그러나 사랑이가 대답했다.
”아닌데요? 그건 이재명 대표가 우리동네에 인사하러 오는 거라구요!!“

그 정치인 이름은 언제 외웠니.. ㅎㅎ
이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두번 가족들이 이야기하며 빵터졌더니, 이제 소망이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저 사람이 한동훈이죠?” 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미디어가 무섭다.
엄마 전화번호도 못외우는 아가들이 정치인들 이름을 외우니 말이다.


#4
2024년 4월 11일 둥이 48개월
갑자기 와락 엄마를 껴앉는 소망이.
“엄마는 내 보물!“

내 보물같은 아이야, 사랑해.

#5
2024년 4월. 기저귀를 떼다.
둘다 할머니집 할머니방에 아기 변기를 두개 놓고
텔레비전을 보며 응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소망이는 이미 응가성공을 두번이나 했고 사랑이는 아직도 기저귀에 집착하는 중이었다.
그런 사랑이에게 소망이가 한 말.

“나도 처음엔 무서웠는데 용기를 가지고 한번 해보니까 괜찮았어. 너도 용기를 내봐! ”

너무 귀여운 아가들.
평생 서로를 격려하는 형제로 자라렴, 우리 둥이들.



사랑의 언어
#1
2024년 5월 15일 저녁
침대 위에 서서 폴짝폴짝하는 사랑이가 침대 앞에 서 있는 엄마를 보고 활짝 웃으며 하는 말.

엄마!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내가 엄마를 사랑하니까요!
엄마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요!

그러곤 한바퀴 핑그르르 돌고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나는 그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아이의 말은 내 존재에 위안을 준다.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그 자리에 있는 것.

나도 너에게 그렇게 대하길.
미래의 너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정말 그저 사랑하기에,
그대로 있으라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런 엄마로 남아있길.
너의 이 큰 사랑에, 같은 마음으로 응답하길.


#2
2024년 5월 16일
동네 작은 놀이터에 저녁식사를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갔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저녁식사를 했고, 마침 놀이터에 가는 아이들을 집 현관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돌아온 복장 그대로였다.

한참 놀던 사랑이가 말했다.

엄마, 지구가 아프대요. 엄마도 알고 있어요?
- 그럼 엄마도 알지.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마구 버려서 지구가 많이 아프대요. 그러니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돼요 알았죠?
- 응 그래 그럴게.
엄마가 회사에 가서 회사 친구들에게도 모두모두 말해줘야해요. 지구가 아프다고.
- 그래 그럴게.

그러곤 지구가 왜 아픈지에 대해 자꾸자꾸 물었다.
사랑이는 지구가 정말 걱정이 되는 것 같다.
나도 아주 작은 꼬마였을땐, 지구를 걱정했던 것도 같은데. 그 순수한 마음은 어디로갔을까.

그러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사랑: “엄마 사랑해요! 정말정말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어머~ 너무 고마워 사랑아. 엄마도 사랑이 사랑해!“

소망: “엄마 예쁘다. 엄마 정말 예쁘다!”
“어머~ 고마워  소망아! 우리 소망이가 더 예뻐.”
사랑: “엄마 정말 예쁘다!! 수박만큼, 참외만큼 예뻐요!!”

나이가 들수록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포기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나를 예쁘게 생각해준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3
2024년 4월 29-5월6일까지 스리랑카 출장
돌아와서 나를 보고 소망이가 한 말
“엄마가 없는 동안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엄마가 아프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어요. 보고 싶었어요.”

꽃을 꺾어와서 하는 말
“엄마는 꽃을 좋아하니까 꽃을 보고 엄마 생각이 나서 가져왔어요. 엄마 마음이 감동적이에요?”

한마디 한마디가 참 사랑의 말들이다.
나도 너에게 사랑의 말들만 내어주길.


#4
2024년 5월 11일
양평집에서 밥을 조금 하려다가 물을 잘못 잡아서 그만 죽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가들은 죽을 싫어한다.

“어쩌지? 밥이 죽이 되어버렸어 ㅠㅠ 어떡해~~”
최대한 물기가 적은 부분를 덜어 아이들 식판에 덜어주었다. 소망이는 처음엔
“내가 싫어하는 죽이네~ ”

그러다가
“엄마 괜찮아요. 처음 먹어보는 맛이니까 맛있을거예요.”
라며 위로를 해준다.

그러곤 한입 크게 먹고
“음~ 맛있네~~ 맛있어요 엄마! ” 라며 날 격려한다.

밥이 맛없어져서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위로할만큼 컸구나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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