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4년 1월. 45개월이 된 둥이들

오늘 소망이가 "마음이 뭐에요?" 라고 물어봤다.
아빠가 “마음은 가슴에 있는 생각이야” 라고 알려주고 “아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어때?” 했더니
“아빠를 마음에 생각하면 최고에요” 라고 이야기했다.

사랑이에게도 물어봤더니
“아빠를 생각하면 사과나무에 열린 하트 같아요”  
“엄마는?”
“엄마는 체리나무 사이에서 빼꼼~하는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구나!
엄마아빠를 떠올리면 우리 소망이 사랑이 마음에는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

#2
2024년 3월의 어느날. 둥이 47개월.
자기 전 양치를 시키는 아빠가 둥이들에게 어서 오라고 화장실에서 열심히 둥이 이름을 불러제낀다.
소망이는 언제나 먼저 와서 이를 닦겠다고 하는 편이고, 사랑이는 끝까지 버티다가 엄마아빠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편이다.

아빠가 사랑이를 부르다 부르다 못해 데려와 앉히고 치카를 하려고 하는 찰나. 사랑이가 화가 났다.
”아빠 왜 그러는 거예요!!”
”아빠가 사랑이를 사랑해서 그러지. 충치 생길까봐.“
그러자 사랑이가 소리를 질렀다.
”사랑하면 기다려줘야죠!! 사랑한다면 기다려주는거라구요!!“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치카하는 걸 미루는 자신을 기다려달라는 사랑이의 외침에 아빠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맞아 love is patient.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진리를 너는 어찌 벌써 아니?




#1
2024년 2월. 둥이들 46개월인 어느 일요일 밤.
“내일 월요일인 거 알지? 둥이가 일어나도 엄마가 없을 수가 있어. 엄마 없어도 울면 안돼-”

둥이들이 쉴새 없이 질문한다.
“그럼 내가 깨면 엄마 있어요?”
“아니 엄마는 회사에 일찍 가는 날이라서 없지.”
“그럼 내가 엄마를 꼭 안고 자면요?
엄마 손을 꼭 븉들고 자면요?
엄마 배 위에 꼭 달라붙어있으면요?
밤새도록 엄마 다리를 붙잡고 잠이 들면요?
그럼
엄마 회사 못가요?
엄마 나 회사에 데리고 가요?“

엄마 복직 삼년 차. 아직도 엄마아빠랑 있는게 좋을 나이인가보다.
그런 마음인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조용히 안방 문을 열고 나와 출근 준비를 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새벽마다 벌떡 일어나 앉아서
옆에 엄마가 있는지를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다시 잠이 드는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는 늘 미안하다.

5시에는 있던 엄마, 6시에는 있던 엄마가,
7시에 일어나서 찾았을 때 없으니 실망하고 우는 아이들.

복직 첫 해에는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cctv를 보며
엄마가 없다고 30분이고 40분이고 우는 아이들의 모습에 참 많이도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 할까?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 그리고 대학생, 대학원생일때 그토록 찾던 소명과 부르심에 대한 답을 얻은 듯 하다가도
하루에도 여러번, 일이 나와 우리 가정에, 우리 아이들에 어떤 의미인지 되묻게 된다.






사랑의 언어

2024년 4월 8일. 둥이 48개월.
#1
소망이가 잠자리에 누워 나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엄마 오늘 나는 어린이집에서 밥먹을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아무도 안들리게 말했어요.
그리고 낮잠 시간에 엄마가 나오는 꿈도 꿨어요. 엄마랑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는 꿈을 꿨는데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놀이할 때 엄마가 언제오나.. 빨리 나를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고 친구들이 들리지 않는 소리로 작게 말했어요.“

작게 한마디 한마디 하는데, 워킹맘은 마음 한켠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늘 할머니가 데리러가는 아가들은, 엄마가 데리러왔으면 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지만
가끔은 자기 전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엄마 회사에서 내가 어린이집에 있을때 나한테 전화 많이 했어요?“
”아니, 엄마는 전화는 안했지.“
”왜요?“
”응 엄마는 전화를 하지 않아도 회사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오니까.“
”엄마 나는 마음 속에서 하트를 많이 많이 만들어서 엄청 크게 만들어서 엄마한테 보냈는데요.“
요새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많이 보고싶었나보다. 우리 작고 예쁜 아가가.


#2
주말에 시어머님과 공원에서 누가 꺾어다 버린 보랏빛 꽃을 발견하고,
“엄마는 꽃을 좋아하니까 엄마를 갖다 주어야겠어요” 라며 들고 왔다.

작은 꽃다발이 시들어, 국그릇에 물을 담아 넣어두었더니 몇개는 살아났다.
내가 “소망아 이것봐 꽃이 살아났어. 보라색 꽃이 너무 예쁘다.”고 했더니 소망이가 말했다.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아준게 너무 감동스러워서 내가 엄마를 위해 준비한 꽃이에요.”
어느새 커서, 이런 감동을 준다.  이 작은 아기가.

#3
2024년 4월 6일 금요일. 둥이 48개월.
할머니가 놀이터에서 둥이들과 놀다가 선거유세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사랑이에게 협박(?)을 하셨다.
”저거 봐. 할머니 말 안듣고 친구 때리고 그러면 잡아간다고 방송하잖아.“
그러나 사랑이가 대답했다.
”아닌데요? 그건 이재명 대표가 우리동네에 인사하러 오는 거라구요!!“

그 정치인 이름은 언제 외웠니.. ㅎㅎ
이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두번 가족들이 이야기하며 빵터졌더니, 이제 소망이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저 사람이 한동훈이죠?” 하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미디어가 무섭다.
엄마 전화번호도 못외우는 아가들이 정치인들 이름을 외우니 말이다.


#4
2024년 4월 11일 둥이 48개월
갑자기 와락 엄마를 껴앉는 소망이.
“엄마는 내 보물!“

내 보물같은 아이야, 사랑해.

#5
2024년 4월. 기저귀를 떼다.
둘다 할머니집 할머니방에 아기 변기를 두개 놓고
텔레비전을 보며 응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소망이는 이미 응가성공을 두번이나 했고 사랑이는 아직도 기저귀에 집착하는 중이었다.
그런 사랑이에게 소망이가 한 말.

“나도 처음엔 무서웠는데 용기를 가지고 한번 해보니까 괜찮았어. 너도 용기를 내봐! ”

너무 귀여운 아가들.
평생 서로를 격려하는 형제로 자라렴, 우리 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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